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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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슬픔에 관한 것 2023. 3. 1. 10:30



우리에게 금기어나 다름없는 빨치산. 해방 전후 혁명의 길로 나선 사람들. 좌절된 혁명과 고난의 삶을 자본주의에 온전히 맡긴 채 살아온 인생!

유쾌하다.
진부하지 않고 지루하지 않고 산뜻하다. 꼭 “남쪽으로 튀어” 같은 소설을 읽는 것 같다. 이데올로기. 빨치산. 현실. 구례. 죽음. 민중. 가족.

복잡한 것 같아도 그렇지 않다. 재미나다. 현실주의자, 사회주의자, 빨치산 출신의 아버지 장례(죽음), 이에 얽힌 여러 가족, 동지, 구례사람들 이야기다. 실패한 혁명에 대해 구차하게 변명하기 보다는 자본주의 현실에서 버티며 사는 삶. 어찌되었던 민중과 더불어 함께든 아니든 살아야 하니까. 빨치산 아버지, 빨치산 엄마, 빨치산 딸!

사상과 신념을 버리지 않고 가슴속 깊숙히 간직한 채 살아야만 하는 삶. 1950년 이후 죽기까지 파란만장한 인생이 장례식 기간에 다 펼쳐진다. 소위 잘 나가는, 출세한 삶은 없어도 혁명가로서 참 삶을 살아낸, 실패하지 아니한, 그러니 이루지 못한 것이다. 혁명이나 사상을 어렵게, 진지하게 다루지 않고 가족과 구례, 그 내부의 피 토하는 이야기가 재미있고 애잔하다. 유물론자의 삶과 죽음, 그리고 자신은 알지 못한 죽음 이후의 세계. 별반 달라지지도 않으니. 아무튼 비장함이 없어서 좋다. 옛 혁명동지들이 너무 비장하기도 한데 ㅋㅋㅋ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능력자 아버지와 아들. 정순신과 곽상도, 그리고 아들. 빨치산 아버지와 딸 ㅋ 대비되는 삶이다. 뭐 세습되는 부와 권력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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