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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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

어둠의 혼

슬픔에 관한 것 2019. 2. 2. 14:07

어둠의 혼은 김원일의 단편소설이다.
갑해의 아버지는 빨갱이다. 아버지가 장날에 잡혀 지서에서 죽는다. 바보나 다름없는 누나, 동생 분선, 어머니 등 처자식을 내팽겨쳐 두고 오직 좌익활동에 전념하다가 최후를 맞이한다. 이모부는 갑해 아버지의 죽음을 어린 갑해에게 보여준다. 부릎뜬 눈, 피멍든 얼굴, 벌어진 입 등 흉칙한 아버지의 죽음을 본 갑해는 충격을 받았다. 이후 아버지가 죽은 초여름에 전쟁이 나고 가을쯤 이모부 마저 사망한다. 훗날 갑해는 이모부가 왜 아버지의 죽음을 보여준 것인지 이모부에게 묻지 못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가난, 배고픔, 해방과 전쟁, 좌익활동 등이 가족사가 주요 배경이다. 밤마다 아버지를 찾아 집으로 쳐들어오고, 없으면 어머니를 지서를 끌고가 족치는, 이를 보며 자라는 갑해의 남매들, 아버지가 잡히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만 하룻 동안의 일이긴 하나 그건 해방정국 전체의 모습이다. 이모와 이모부 등 모두가 파란만장한 삶이고 좌우의 대립으로 혼란한 시절을 감추지 않고 보여준다.

김원일은 어느 사상에 대해 편견을 가지거나 이념을 탓하지 않는다. 한 시대를 통해 드러난 비극적 가족사를 풀어내면서도 좌든 우든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일상적 부재, 그리고 죽음을 통한 영원한 부재와 시대적 어둠에서 비롯된 상처를 어루만져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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