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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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

마음의 감옥

슬픔에 관한 것 2019. 2. 6. 20:20

이번 설은 김원일의 중편소설! 미망-어둠의 혼-마음의 감옥까지. 한꺼번에 다 읽지 않았음. ㅋㅋ

마음의 감옥은 1990년 현대소설 3호에 실린 소설이다.

윤구 동생 현구는 오래 노동운동, 빈민운동을 통해 구속된 상태에서 간경화증, 간암으로 의심되는 병에 걸려서 병원에서 치료중이다. 그러나 가망도 없고 수술도 힘든 상태. 대구 비산동과 경북대의대가 주무대다. 현구네 동패들은 현구가 죽더라도 비산동 빈민촌에서 장례를 치루길 희망한다. 현구를 병실 침대에 누워 비산동으로 향하면서 소설은 끝난다.

억압과 저항, 억압의 장소로서 감옥이 있는 반면 저항으로 단련된 자들은 그들의 마음의 감옥에 현구가 들어앉아 있다. 몸은 비록 감옥에 있지만 빈민촌과 공장 사람들은 현구를 억압의 감옥에 두지 않고 있다. 억압의 감옥에서 해방과 저항의 공간인 비산동 빈민촌으로 자유의 몸이 되는거다.

전쟁터에서 세남매를 들쳐업고 남행하듯이 감옥(병실)을 박차고 저항의 공간으로 간다. 이는 김원일 문학의 지향성을 보여준다. 해방과 전쟁의 과정에서 반공과 독재의 근거지가 되어버린 대구, 경북의대라는 상징적 장소에서 저항의 불길을 피운 점이 이채롭다. 90년 고조된 노동, 빈민운동의 시기임에도 아주 디테일하지 않지만 나름 시각과 관점은 아주 괜챦다. 전쟁, 사일구의 패배, 윤구의 소련방문 등 개혁개방 조치, 형사와 간수 등 권력기구의 상징과 빈민촌의 주민들, 어느 한 곳에 매몰되지 않고 과거-현재-미래(탈주)로 점진적 이동이 진행된다. 비록 이상과 현실은 점점 멀어짐에도.

가난, 실패, 종교, 죽음이라는 무거움이 억누름에도 희망의 빛이나마 한줄기 비춰주는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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