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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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홰보러왔는 데, 풍년이다

슬픔에 관한 것 2016. 10. 16. 09:22

16일 새벽 바닷물이 빠진다는 말에, 홰보러 왔다. "홰본다"는 통영, 거제 등 한밤에 바닷가에 나가서 문어, 낙지, 새우, 게 따위를 잡는 걸 말한다. 준비물은 긴 장화와 성능좋은 후레쉬, 집게 등을 이용해 바닷물이 빠질때 정신없는 이것들을 건져 올린다.

물때를 잘 맞추어야 한다. 이곳 사람들은 귀신처럼 잘도 잡는다. 말 그대로 자연산이다. 요즈음 널리 알려져 사람들이 많이 온다. 특히 주말에!​

그래서 귀하다. 갓 잡아온 새우, 게 등을 삶고, 산낙지는 기름장에 찍어 먹으면 그만이다. 게는 양념게장으로 만들어 밥 반찬용으로, 문어와 주꾸미는 그냥 삶아서 먹는다. 수족관에 있는거랑 맛의 차원이 다르다.

통영하면 동피랑, 다찌, 충무김밥, 꿀빵, 섬 등이 연상되지만 이렇게 밤바다를 누비며 낙지나 새우 등을 잡는 맛도 있다.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지만 한번쯤 기회가 되면 홰보러 가길.

*홰; 횃불을 의미한다. 봉수대에서 1홰, 2홰 하는식의 의미가 아닐까. 홰본다는 통영이나 거제에서 바닷가 물이 뻐져나갈 무렵 홰를 들고 나가서 낙지 등을 잡는 원시적 어로행위. 요즘은 강렬한 손전등을 들고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