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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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으로 읽은 소설

슬픔에 관한 것 2018. 12. 31. 18:25

최은영의 소설집 '쇼코의 미소'에 실린 단편이다.

씬짜오는 베트남어.
안녕하세요 : Xin chào[씬짜오] 라고 한다. 지금은 베트남 축구감독 박항서 덕분에 한국이 그나마 .....하여간

베트남전쟁 관련 소설은 많다. 무기의 그늘, 머나먼 쏭바강, 하얀전쟁 등등.

독일에 머물던 시절, 투이네 가족과 아주 친숙하고 친밀하게 지낸다. 문화가 다르지만 다른 만큼 서로 존중하다가 어느새 저녁식사 자리에서 베트남 전쟁의 상흔이 튀어나오고 그 길로 감정이 격해져 이별하게 된다. 베트남 전쟁에서 투이네 엄마 응웬은 거의 전 가족이 무참하게 학살되고, 나의 아버지 형님 역시 베트남에서 목숨을 잃었다. 두 가족(두 나라)이 다 피해자이나 한국은 베트남 전쟁에 참여한 원죄가 있고 이에 사죄해야 한다. 두 가족은 각각의 나라나 마찬가지다. 이국만리 독일에서는 좀처럼 드러날 것 같지 않은, 한-베트남의 갈등이 영영 등을 돌리게 만든다.

가슴속 묻어두어던 베트남 전쟁의 실상이 드러나면서 두 가족은 돌아 올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린다. 투이와 응웬 아줌마, 나와 엄마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말이다. 잘 지내던 관계가 한 순간 파탄 나버린셈.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
시간이 지나고 헤어질 때, 누가 남고 누가 떠나는지에 대해 그 경계는 불분명하다. 다 떠날 수도 있고 다 남을 수도 있는. 관계란 그런거다. 경계의 불분명!

플라우엔을 찾지 않은 나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야 투이네 집을 찾아간다. 근 20년만에.

가해자나 다름없는 나의 가족들은 플라우엔을 떠났지만, 투이네 집은 그 자리에 있다. 관계의 회복은 이렇게 가해자가 먼저 손길을 내밀때 가능하다. 이게 화해다. 피해자는 언제나 늘 그 자리에 있고 가해자가 화해를 거부하고 등을 돌린다. 거부의 몸짓은 제2, 제3의 폭력이고 또 다른 상처를 남길 뿐이다.

베트남과 한국의 관계는 약간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그러나 아직 벽이 남아있다. 씬짜오는 그런 우리 내면에 감추어 둔 걸 끄집어 내고 있다. 이게 진정한 화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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