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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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역 놓는다?

슬픔에 관한 것 2015. 3. 25. 05:00

통영 갯벌체험? 고된 노동?

(바닷가 마을은 이렇게 바쁘다. 통영뿐만아니라 남해에까지 왔다. 이날은 2만원, 2주일전엔 3만원)
조개캐러 간다.
통영사람들은 "역 놓는다" 한다. 1년에 두번 정도. 보통 봄, 가을에 어촌계가 중심이 되어 하는 조개캐기 체험행사다.

3월 21일 거북선 호텔 앞 바닷가 앞에 물이 빠지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제각기 장화와 호미 그리고 들통(고무통), 그물망을 준비하고 갯벌로 나선다. 이날의 참가비는 2만원.

보통은 1~2만원만 내고 마음껏 캔다. 이날 행사는 통영 곳곳에서 진행되었고 22일에 다른 어촌계에서도 한다고 알려졌다. 참가비(입장료)는 어촌계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는 데 제각각이다. 구역이 넓거나 바지락이 많이 나올 것 같으면 비싸게 부른다. 대략 1만원선.

초보자는 얼마 못 캐지만, 좀 한다는 아줌마들은 10~15kg는 무난히...(당일 1kg에 3천원. 즉석에서 거래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매매를 잘 하지 않음) 이런 행사를 위해 어촌계는 미리 조개 종패(?)를 뿌려둔다고 한다. 즉 양식인 셈이다.

전화통화로 오늘은 어디서 역을 놓고 가격은 얼마다, 여기갈까 저기 갈까 서로 의논들을 한다. 통영사람들은 재미삼아서 하고 찬거리 장만으로도 한다. 쪼그리 앉거나 허리와 다리를 움직이는 힘든 일이다. 몇 십킬로씩 캐 나르는 것도 쉽진 않다. 아낙네들은 캐고 남정네들은 나른다.

갯벌에 알록달록한, 물 빠지는 깊은 곳까지 이동하는 사람들이 정겹기도 하고 조개가 있을 법한 곳에 호미로 캐고 옆으로 움직이는...얼굴이나 장화, 옷에 뻘이 진창이다.

인터넷 검색하니 체험행사로 나온다. 경험상, 캐는 것도 일이고, 까는 게 더 힘들다. 호미잡은 손에 물집도 생긴다. 호미답은 손엔 면장갑을, 조개를 줍는 손엔 고무장갑을 끼고 그 위에 면장갑을..
이렇게 캔 조개를 까는 일, 선수 아니면 하기 어렵다. 깐 조갯살은 바닷물에 씻어 냉동보관해 두었다가...

장모님 말씀에 따르면 조개알은 통영보다 남해가 좋다고 한다. 이말은 남해로 가자는 것이고 기사노릇 하라는 뜻. 다음에 장화를 준비해 갯벌로 내려 오란다.

(사진은 2016년 4월 23일 남해군 보건소 근처 선소마을에서 조개캐는 아낙네들. 이날 약 500여명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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