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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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

'안녕 주정뱅이'

슬픔에 관한 것 2018. 3. 9. 07:31

권여선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

봄밤, 삼인행, 이모, 카메라, 역광, 실내화 한켤레, 층.
총 7개의 단편이 실려있네요.

보통 단편의 제목이 소설집 표지에 등재되는 게 일반인데 이 소설집엔 '안녕 주정뱅이'는 없습니다. 찾다가 없음을 알았을때 당혹감이랄까?

<봄밤>
이혼한 남녀, 알코올과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그리고 요양원, 죽음, 치매, 돌봄 등 지극히 일상적 소재들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간다. 서로의 상처를 아는만큼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영경과 수환.
영경은 수환이가 살아있는 동안은 정신줄을 놓치 않으나, 수환이 죽은 후는 비로소 정신줄을 놓는다. 한쪽이 사라지자, 겨우 버터오던 나머지 한쪽이 무너져 내린다. 쓸쓸함에 관한 것이다. 서로를 붙잡고 울고불며 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 쿨하게 이별한다. 수환의 마지막 순간을 보지 않으려고 요양원에서 마지막 외출을 하는 영경, 생과 이별하는 수환 역시 영경에게 마지막 자유를 준다. 두가지 이별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삶과 죽음의 경계는 봄밤처럼 따뜻하다.

안녕 주정뱅이는 술에 관한 것이다. 술을 소재로 한 소설이 있었던가? 흔한 소재이지만 누구도 이를 소설로 쓰진 않았다. 누구는 이를 주류(酒類)문학이라고 한다. 약간 동의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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