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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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세계

2018 전노대 참가기

슬픔에 관한 것 2018. 11. 11. 06:28

새벽 안개 헤치며 달려간다. 밥은 차안에서 김밥으로, 실재 고속도로는 안개가 자욱하다. 새벽이니 어두컴컴하다.
서울길은 항상 새벽에 나서니까 거의 무덤덤하다.
사전대회 후 광화문 본대화 장으로 이동한다. 곳곳에서 각 산별마다 각자의 요구를 와치는 메아리가 빌딩 숲 사이로 떠다닌다.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 올해가 48주년.
올해의 의제는 적폐청산, 노조할 권리, 사회대개혁 그리고 11.21 총파업이다.
본대회장에서 사전결의대회를 연 교육공무직과 함께 자리정리를 한다. 3시에 맞춰 대오가 끊임없이 밀려온다. 자리가 비좁다. 6만명이라는데 발 디딜틈이 없다. 꼰대보수들이 옆에서 뭔가 외친다. 군가를 틀어놓고 ㅁㅈㅇ은 물러가라는 훌라송과 팔뚝질을 연신 해된다. 데모질을 비슷하게 흉내낸다. 성조기와 태극기를 흔들고 차량 위에 올라가 유튜브 생중계니 하는지 어깨동무하고 지랄들을 한다.
알리는 목적보다 재미삼아서 하는 것 같은, ㅂㄱㅎ는 무죄다 석방하라 하는데 ㅇㅁㅂ은 없다. ㅎ

아무튼 집중이 안된다. 광화문 앞이 아니라 건너편이라서 대회장소도 좁고 어수선하다. 뭐 6만명이 모으니 그럴 수 밖에. 동아시아와 일본 등지에서 연대와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총연맹 위원장의 대회사가 이어진다. 아! 대회 선포식은 쌍용차, ktx, 갑오오토텍 동지들이 했다. 묵념에 이은 님을 위한 행진곡은 북 두드림에 맞춰 하는 데 장단이 너무 느려서 잘 되지 못한다.
하여튼 뒤로 갈수록 연설이 길어진다. 비정규직 철폐, 자회사 전환 중지 등이 끊임없이 나온다. 고공농성장인 두 동지와 전화화상으로 연결해 투쟁결의를 높인다. 문화공연이나 인터뷰 영상이 있긴해도 잘 아구가 안 맞다.
결의문 낭독 후 청와대 방향 행진이 이어진다. 행진시간에 거의 어둠이 다시 몰려온다. 5시 약간 넘어서 행진이 시작된다. 갈길이 바쁜 우리는 무대 앞을 통해서 집회장을 빠져나와 버스로 향한다.
이렇게 2018 전국노동자대회는 끝났다. 아무튼 11.21 총파업이 무탈하게 이루어져야 할텐데. 촛블정부는 이미 촛불의 의미조차 망각하고 무한질주, 자본의 품으로 달리고 있는 지금, 2천만 노동자의 구심인 우리들은, 조직노동 10%는 뭘 할 것인지?
어느 노래처럼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아니 멈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