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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세계

부산시, 어린이집 오후 7시 30분까지

슬픔에 관한 것 2019. 1. 2. 21:06

부산시는 올해부터 모든 어린이집을 오후 7시 30분까지 의무운영한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부산아이 다가치키움>이라는 슬로건 아래 '우리 아이 보육 책임지는 부산'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그 중에 하나가 저녁 7시 30분까지 어린이집을 운영한다는 거. 명분은 맞벌이 가정을 위한다는 데. 아이를 맡겨놓은 보육가정인들 제대로 일이나 되겠나

언뜻보면 좋은 취지고 바람직한 것처럼 보인다. 보육이 부산시가 도맡아 책임지는 것처럼 보여진다. 과연, 그럴까. 아무런 문제가 없는걸까. 일자리 확대와 노동시간이란 게 이토록 충돌되게 만드는 아주 나쁜 사례다. 노동인권은 개뿔이고 완전히 말살하려는 것이다. 어린이집에 오랫동안 맡겨두면 안전하고 좋다고 보는것은 아주 비상식적이다. 이건 보육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다. 어린이를 시설에 맡겨두고 돈만 벌어야 한다? 이게 이들의 기본적 사고인 것 같다. 아주 무식하다. 정말로 돈이 최고인 사회로 만들겠다는 웃기지만 웃지 못할 사태다.

부산시는 지원금만 주면 의무를 다한 걸까. 하나씩 따져보자.

일단, 12시간 보육노동은 혹사노동이고, 반인권적 과로노동이다. 보육교사도 적절한 노동과 여가가 필요하다. 이는 돈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철학의 문제다. 일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배제된거다.

오거돈의 부산시정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소통과 공론화를 모토로 하는데 부산시는 이런 걸 보육주체들과 해 본 적이 있는가. 최소한 공론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생략되었다. 너무 일방적이고 보여주기식 행정이다. 이런 걸 두고 불통행정이라 한다.

1일 8시간, 주 40시간이 법정근로시간이다.
말이 12시간이지, 이는 초과노동이다. 전 사회적인 노동시간단축 흐름에 역행하는거다. 보육교사도 사람이고 저녁있는 삶을 누려야 한다. 그들은 가정도 없고 돌봐야 할 아이도 없는 존재들인가.

다 좋은것처럼 보이지만 한마디로 보육교사들만 죽어란 소리다. 희생을 강요하는거다. 현재 보육현장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에 대해 귀 기울이고 선결과제가 뭔지 파악해 대책이 필요한 시기다.

국공립 어린이집 위탁 철회, 교사 대 어린이 비율 조정 등이 시급하다. 급한것은 뒤로 제쳐두고 보다 신중해야 할 것을 서두르는 이유를 모르겠다. 아무리 바빠도 실을 바늘허리에 꿔여 사용할 수 없지 않은가.

책임지는 보육은 어린이집(시설)에 오랜시간 맡겨둔다고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 그래서 12시간 보육은 좋은 정책이 아니다. 당장에 재검토하고 서로가 책임지는 보육을 펼쳐야 한다. 자칫, 12시간 의무보육이 얼라에게도, 부모에게도, 교사에게도 못할 짓이 될수도. 현 싯점에서 의무적 12시간 보육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아니 폐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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