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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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사람

춘삼월 눈덮인 영남알프스

슬픔에 관한 것 2018. 3. 13. 03:54

눈덮인 영남알프스.
홍류폭포를 지나면서 은근히 걱정된다. 어디쯤 가야 눈을 볼까. 아이젠을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파른 공룡능선을 탈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눈이 밟힌다. 칼바위를 훨씬 못미친 곳부터 발길이 어지럽다. 사람도 없다. 되돌아가기엔 너무 늦다.
​무작정 헤치면 가기로 작정. 공룡능선은 바윗길에 눈이라 도저히 자신이 없어 우회로를 택했다. 안전산행을 위해. 혼자 산행이라 어찌할 수 없다. 눈밭이라 오가는 산꾼들도 없는터라 신불산 능선을 향해 조심스럽게. 우회로 역시 아이젠이 없어 더디다. 위로 갈수록 눈은 더 선명하다. 머리위로는 소나무에서 떨어지는 눈덩이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드디어 신불산이다.
바람이 세차다. 가지산과 고헌산이 눈앞에 아롱거린다. 간월산이나 영축산 방면의 능선을 타고 꾸억꾸억 신불산을 오가는 행렬들이 많다. 올 마지막 설산을 구경하기에 바쁘다.​

오늘 머릿속으론 가지산을 갈까? 아니면 청도 남산을 갈까? 여러번 헤멜만큼 정해져 있지 않았다. 발길가는대로 가나 어쩌나 하다가 영남알프스의 눈을 보고, 급방향을 잡았다. 그만큼 아무런 준비없이 왔다.

눈길을 헤쳐왔더니 허기지다. 악착같이 올라왔으니 배가 고프다. 예정에 없던 산행이라 물만 조금 든 배낭을 메고 왔으니 허기질 수 밖에. 간월재에 도착해서 허겁지겁 컵라면 하나를 집었다. 간월재 대피소에서 신불산을 바라보니 장관이다.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 임도따라 내려가면 된다. 5년만에 이루어진 신불산-간월재 산행은 눈 때문에 고생한 게 아니라 즐겨웠다. 공룡능선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한 아쉬움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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