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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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골목길 사람들

슬픔에 관한 것 2024. 7. 22. 04:43

이 동네에 한 10년 넘게 살았으니 나름 터줏대감이다. 새 동네니 옛날은 다 논밭이거나 산이거나 그런 곳.

앞에 아파트가 있고, 내 사는 동네는 상가주택이자 원룸촌이다. 큰길 1층은 대부분 미용실이거나 편의점, 치킨집, 횟집, 네일가게, 반찬가게, 차수리와 광택 내는 집, 삼겹살 내지 찜집, 교회, 기타 등등 상가인데 반해 안쪽은 원룸이다. 아무튼 1, 2, 3층으로 된 다세대주택이다.
2층은 주거와 동시에 애들 학원이 많다. 살면서 수학이나 영어 등 주로 초등, 중학생을 상대한다. 아니면 죄다 사람사는 투룸이거나 원룸이다. 주차장은 보통 4-5대 주차할 수 있는데 세대가 많은 경우 다들 주차장에 주차를 안하고 집앞, 옆에 세운다. 그래서 골목길이 주차장이다.

요즘은 배달라이더들이 자주 오가는 바람에 오토바이 소리가 크다. 동네가 배달집이 있기 때문이고 라이더 업체가 한 두군데 모여있다. 주택지고 임대료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투룸의 경우 보증금 없이 오천만원 전세가 대부분인 걸로 알고 있다.(예전엔 평균 8천만원 했다)

모르는 사람들이다. 고작 인사하는 사람은 옆집 정도이고 한집 건너면 잘 모른다. 낮에 있지를 않으니까. 집주인들 빼곤 원룸 등은 이사가 잦은 편이라 누군지 관심이 없다. 원룸이나 투룸은 아예 오래 살 사람(1인), 잠시 있다가 갈 사람으로 나누어진다. 3층은 보통 집주인들이 산다. 그러니 구성도 다양하고 젊은이와 늙은이가 좀 골고루 있는 편이다.

1-2-2-2-1로 종대로 지어진 집들을 전체 모으면 대략 130 가구(혹은 세대)로 이루어진 동네다. 아직 한 30여군데는 빈 터다. 집들을 짓지 않고 있다. 원래는 주거중심지역으로 토지가 가장 비싼 구역이다. 지금은 잘 모름 ㅋ 전세가격이 약간 저렴하다. 그래서 몇몇 식당 이외 제외하면 다 주거지다. 상업지와는 좀 다르다. 그다지 상업적으로 발달한 골목이 아니다. 딴데 비해 사람의 왕래가 많지 않다.

가까이에 초중고가 있고, 또 반대편으로도 초중고가 있다.(외고도 있다) 영화관, 다이소, 별다방, 파바, 생협, 마트 등 걸어서 2-4분 내 다 있다. 그다지 불편함이 없는 동네다. 붐잡지도 않고 그닥 조용하지도 않고 적당하다. 큰 개울도 있고, 산도 가까이에 있다. 동네 가운데 500평 정도의 공원도 있다.(놀이터라 해야 맞나?)

볼거리는 없어도 산책삼아 동네 한바퀴씩 돌면 좋다. 딱히 잘 지은 집, 빼어난 집, 특색있는 집은 없어도 나름 둘러보면 같음과 다름, 삶의 방식이 엿보인다. 번잡한 상업지가 아닌 주거지로 되어서 좋다. 저녁이 평온하다. 서로 알거나 친한 사람은 없고, 동질감조차 없지만 그럭저럭 살만한 동네다. 다세대주택이기에 공동체나 일체감 같은 걸 기대하고 살진 않는다.

다들 각자의 주어진 삶을 잘 살면 그만이다. 서로에게 민폐를 주지 않는 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