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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메기, 술안주 좋죠

슬픔에 관한 것 2019. 1. 21. 05:50

이렇게 추운 겨울이라야 과메기가 제 맛이 난다. 과메기는 포항 일원, 그 중에서 구룡포산로 제일로 쳐준다. 15~20cm 되는 꽁치나 청어를 겨울 바다바람에 얼렸다 녹혔다 반복하면 말랑말랑한 과메기가 된다. 지금은 과메기 덕장(공장)에서 생산되지만 옛날은 집집마다 이런 과메기 만드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었고 진풍경을 연출했다.

과메기는 손질을 잘 해야한다. 신문지를 바닥에 넉넉히 깔고 과메기의 머리부터 떼어낸다. 이때 가위가 필수품이다. 그리고 꼬리까지 반을 가르고 양쪽의 껍질을 벗겨낸다.(물론 껍질을 벗겨내면서 자연스럽게 반을 나누기도 한다) 이걸 신문지 위에 놓으면 과메기의 기름끼가 쫙 빠진다. 좀 물컹물컹한 과메기는 신문지 위에 2-3시간 가량 두고 먹어도 좋다.

물기가 있는 걸 좋아하는 현지 사람들, 좀 말라서 꼬들꼬들한 걸 즐기는 외지사람들. 과메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좀 말란 꼬리부터 먹는 게 쉽다.
딱딱해서 그렇지, 냄새나 물컹한 느낌이 덜해서 한결 편할 수 있다.

과메기는 김이나 쌈배추 등에 싸서 먹는다. 파, 마늘, 초장, 물미역 등과 함께 먹어야 제맛을 알 수 있다. 다른건 몰라도, 김, 파, 물미역은 빠지면 안된다.

어느 시인의 과메기 사랑 덕에 지금은 전국으로 확산돼, 택배로 많이 나가는 모양이다. 1년 내내 먹을수있다고 하니 저장과 보관을 잘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과메기는 겨울 바람과 추위에 오들오들 떨면서 먹어야 제맛을 안다. 겨울이 아닌, 포항을 벗어나면 맛이 글쎄다. 원산지 음식은 그 동네에서 먹든지 아니면 제 철에 먹어야 한다. 과메기도 마찬가지다. ㅎㅎㅎ

두번째 사진처럼 여즘은 완전히 반으로 갈라서 말린다고 , 아니 그런 곳이 많다고 한다. 원래는 1번 사진처럼 해야 제대로 된 거다. 짚으로 엮은 과메기를 사와서 집 처마밑에 걸어두고 한두번에 나눠서 먹던 기억이 난다.
비린내가 많이 나고 기름기를 손에 묻히기 싫어서 껍질 벗기기를 귀찮아 한다. 그래도 맛보기 위해선 이 과정을 밟아야 한다.

따뜻한 방보다 그래도 좀 썰렁한, 추운감이 도는 곳에서 먹어야 과메기구나! 이 맛이구나를 느낀다. 바닷바람이 입맛으로 들어오는 걸 제대로 경험하게 된다. 가격이야 예전에 비해 많이 올랐지만 그래도 아직 저렴한 편이다. 요즘은 꽁치 보다 청어의 과메기가 나온다니 한번 맛보시라. 참고로, 과메기는 소주와 어울린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것보다 덕장에서 바닷바람 맞아서 얼리고 풀린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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