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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공지영처럼 롱런하는 작가도 더물다. 무쇠뿔처럼 혼자가 가라! 등 숱한 작품을 쏟아낼때마다 베스트셀러로 등단하기도 힘들테인데 말이다. 비결이 뭘까. 80년대말, 90년대초 민족, 민중, 참여, 리얼리즘 등이 대세를 이룰 당시에도 공지영은 그다지 두각을 드러낸 작가는 아니였다. 무서운 신예도 아니었고. 나에겐 그랬다. 한두권씩 옆꾸리에 낀 공지영 소설이 어느날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대략 언제인지~하여간 언제부터. 공지영의 다작에 비해 지금도 갖고 있는 소설은 몇 없다. 공지영의 소설은 시대를 회피하지 않는다. 정면으로 맞서고 돌파한다. 그게 그이의 장점이다. 그게 그이의 소설에 그대로 나타난다. 비겁하게 숨지 않고 무쇠의 뿔처럼 당당히 혼자간다. 거대담론인 민족이나 민중을 앞세우지 않고도 아주 건강하게 발빠..
상중하 세권이 있어야 하는데 한권밖에 없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드라마로 워낙 유명해진 소설 동의보감. 많은 설명이나 소개가 필요치 않다. 소설 동의보감. 원래는 춘하추동, 4권을 기획했으나 미완성된 작품. 다시 읽기를 강추하는 책. 겨울 읽기 좋은 책이다. 소설의 핵은 유의태-허준의 관계다. 흔한, 스승과 제자가 아닌, 모든 걸 다 주고 신뢰하는 그런 인간적인 면모. 자기 아들이 아닌 허준에게 모든 걸 준다. 그저 주는 것도 아니요 그저 받는 것도 아니다. 서로가 상대를 바라보는 눈과 마음을 통해서 생긴거다 반위에 걸린 유의태가 허준에게 자신의 몸을 해부케 한 것은 보통의 것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비록 허구이나마 그럴 것이다고 믿는다. 그게 관계다. 단순히 보면, 고난, 역경, 성공으로 요약할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