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19/01/22 (15)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공지영처럼 롱런하는 작가도 더물다. 무쇠뿔처럼 혼자가 가라! 등 숱한 작품을 쏟아낼때마다 베스트셀러로 등단하기도 힘들테인데 말이다. 비결이 뭘까. 80년대말, 90년대초 민족, 민중, 참여, 리얼리즘 등이 대세를 이룰 당시에도 공지영은 그다지 두각을 드러낸 작가는 아니였다. 무서운 신예도 아니었고. 나에겐 그랬다. 한두권씩 옆꾸리에 낀 공지영 소설이 어느날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대략 언제인지~하여간 언제부터. 공지영의 다작에 비해 지금도 갖고 있는 소설은 몇 없다. 공지영의 소설은 시대를 회피하지 않는다. 정면으로 맞서고 돌파한다. 그게 그이의 장점이다. 그게 그이의 소설에 그대로 나타난다. 비겁하게 숨지 않고 무쇠의 뿔처럼 당당히 혼자간다. 거대담론인 민족이나 민중을 앞세우지 않고도 아주 건강하게 발빠..
상중하 세권이 있어야 하는데 한권밖에 없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드라마로 워낙 유명해진 소설 동의보감. 많은 설명이나 소개가 필요치 않다. 소설 동의보감. 원래는 춘하추동, 4권을 기획했으나 미완성된 작품. 다시 읽기를 강추하는 책. 겨울 읽기 좋은 책이다. 소설의 핵은 유의태-허준의 관계다. 흔한, 스승과 제자가 아닌, 모든 걸 다 주고 신뢰하는 그런 인간적인 면모. 자기 아들이 아닌 허준에게 모든 걸 준다. 그저 주는 것도 아니요 그저 받는 것도 아니다. 서로가 상대를 바라보는 눈과 마음을 통해서 생긴거다 반위에 걸린 유의태가 허준에게 자신의 몸을 해부케 한 것은 보통의 것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비록 허구이나마 그럴 것이다고 믿는다. 그게 관계다. 단순히 보면, 고난, 역경, 성공으로 요약할 수 ..
태백산맥. 말이 필요없는 소설. 한국전쟁 당시의 좌우 대립에 관한 글이지만 실은 전쟁과 분단의 역사를 피눈물로 써낸 것 같다. 등장인물로는 염상진-상구 형제, 벌교댁, 하대치, 김범우, 정하섭, 소화 등등. 구수한 전라도 말이 매우 인상적이고 지식인, 인텔리들의 생각, 여러 무산자 계급의 삶, 생활 곳곳에서의 갈등을 엿 볼수 있다. 존재와 의식, 이념이 곧 밥이고 그로 인해 매개된 관계는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가 된다. 생각이념이 뭣이길래? 서로에게 총질하고 뺏고 빼앗는지. 주의의 대립은 모든 이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꾸기도 하고 그 힘에 이끌려 고난의 삶을 살기도 한다. 달라진 것, 그러나 하나도 변하지 않은 현실. 그냥 좌우대립으로 치부하기엔 우리의 역사가 너무 무겁다. 태백산맥이 우리 문학사에 끼친 영..
조정래의 한강.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박정희 시대 등 우리의 현대사다. 군사 쿠데타, 반공, 독재, 압제, 빈부격차, 경제개발등 시대상을 사실적으로 아주 통찰해 들어간다. 만주군 장교 출신의 박정희 신화에 대해 과감하게 맞서는 민중, 짓밟지 않으면 짓밟히는 자본주의 사회, 무소불위의 권력이란게 허망하기도 하고 경제발전이란 게 실은 몇몇의 권력과 그에 빌붙어 기생하는 세력에 의한 것이고 수많은 민중들은 한낱 기계에 불과하다. 한강은 개발독재의 상징이다. 한강은 정치, 경제권력을 상징하며, 수천년을 말없이 도도히 흘려온 역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