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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주무대는 제주도다. 4.3 이야기로, 내가 접한 '순이삼촌'(현기영) 이후, 나름 장편은 처음이다. 12권으로 된 대하소설이다. 외로운 대지의 깃발 흔들리는 이녘의 땅 어둠살 뚫고 피어난 피에 젖은 유채꽃이여 검붉은 저녁햇살에 꽃잎 시들었어도 살 흐르는 세월에 그 향기 더욱 빛나리 아아- 아아- 아~ 반역의 세월이여 아~ 통곡에 세월이여 잠들지 않은 남도 한라산이여 제주기행 당시 4.3항쟁 유적지도 가곤 했다. 굴속으로 한참 기어들어간 기억이 새롭다.
제40회 이상문학상. 올해는 천국의 문이 대상을 받았다. 왠지 신춘문예 수상(모음)집 보다 이상문학상에 손길이 간다. 뭐, 문학상을 받았다고 해서 다 좋은 작품은 아니다. 당선작이라 하여 반드시 읽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마음이 가는대로, 어떤때는 광고의 유혹으로! 읽어볼까 하고. 천국의 문이 그랬다. 새해맞이 뭘 읽을까 하다가 우연히 본 것. 연휴기간에 한권쯤은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여럿의 작품이 있으니 읽다가 싫증나면 덮어도 그만이니, 아주 가볍게 선택한. 선택의 이유가 단순하고 조금 폼은 안나지만, 그저 그렇게 가볍게 잡은 책이다. 작년보다 몇권이라도 더 책과 친해보자는 의미에서 출발해본다. 2번 선수는 바로 위의 책이 대기중이다.
몇달째 읽다 그만두다를 반복하다. 하여간 번역한 책은 어렵다. 왠지 잘 안 읽힌다. 모든게 낯설다. 사람이름도, 지명도, 문화도, 번역해서 그런지 말도 어렵다. 항상 벽이다. 나만의 어려움인가? 개츠비, 왜 위대한가?
오래전 강릉행 야간열차를 탄 적이 있다. 동해바다에서 열차 창문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을 보았다. 열차, 기차는 어릴적에 내가 살던 곳에 없었다.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진영역이 있었다. 아마도 20살 언저리에서 기차를 타본 것 같다. 통학열차? 그게 뭔지 몰랐다. 그땐 그게 왜 그렇게 부럽던지.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도망쳐 어디론가 갈 수 있을까. 불확실한 미래로...도망치는 것과 떠나는 것의 차이는? 기차 또는 기차역 관련해, 곽재구 시 '사평역에서'와 임철우 소설 '사평역'이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