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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꽃샘추위가 온듯한 날. 봄날은 아니고 그렇다고 혹독하지도 않은. 겨울산행을 가기 딱 좋은 날. 무작정 굴암산으로 향했다. 들머리로 많이 애용하는 신안계곡을 택했다. 저멀리 가덕도 연대봉이 보인다. 희미하게 거가대교가 보일락말락. 굴암산에서 화산을 지나 불모산으로 이어져 왼편으로 진해 시루봉, 오른편은 용지봉과 창원 정병산으로 이어진다. 굴암산 정상석. 왜 장유를 뒷배경으로 진해방면을 보는 걸까. 정오의 햇살을 받기 위함일까. 신항 오른쪽, 진해웅천; 도로공사가 한창이다. 성흥사와 계곡이 바로 아래다. 장유에 대청계곡과 신안계곡이 있다면 진해는 성흥사계곡이 유명하다. 굴암산은 저멀리 양산과 부산, 진해와 거제까지, 무엇보다도 남해바다가 손에 잡힐듯 한다. 비록 눈꽃구경을 할 수 없지만 나름..
주무대는 제주도다. 4.3 이야기로, 내가 접한 '순이삼촌'(현기영) 이후, 나름 장편은 처음이다. 12권으로 된 대하소설이다. 외로운 대지의 깃발 흔들리는 이녘의 땅 어둠살 뚫고 피어난 피에 젖은 유채꽃이여 검붉은 저녁햇살에 꽃잎 시들었어도 살 흐르는 세월에 그 향기 더욱 빛나리 아아- 아아- 아~ 반역의 세월이여 아~ 통곡에 세월이여 잠들지 않은 남도 한라산이여 제주기행 당시 4.3항쟁 유적지도 가곤 했다. 굴속으로 한참 기어들어간 기억이 새롭다.
제40회 이상문학상. 올해는 천국의 문이 대상을 받았다. 왠지 신춘문예 수상(모음)집 보다 이상문학상에 손길이 간다. 뭐, 문학상을 받았다고 해서 다 좋은 작품은 아니다. 당선작이라 하여 반드시 읽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마음이 가는대로, 어떤때는 광고의 유혹으로! 읽어볼까 하고. 천국의 문이 그랬다. 새해맞이 뭘 읽을까 하다가 우연히 본 것. 연휴기간에 한권쯤은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여럿의 작품이 있으니 읽다가 싫증나면 덮어도 그만이니, 아주 가볍게 선택한. 선택의 이유가 단순하고 조금 폼은 안나지만, 그저 그렇게 가볍게 잡은 책이다. 작년보다 몇권이라도 더 책과 친해보자는 의미에서 출발해본다. 2번 선수는 바로 위의 책이 대기중이다.
2016년 둘째날, 동네 옥녀를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율하고개 옆 소류지를 지나 길을 잡았다. 새길이 생기면서 물길이 끊어진 탓인지 물은 언제나 탁해있다. 그 옛날의 푸르른 청춘은 흔적조차 없다. 비록 333미터에 불과하지만 겨울산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저멀리 아웃렛과 김해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강서구 지사동과 마주해 있다. 지사동의 공장지붕은 총천연색이다. 휴일이라 사람의 발길은 없어보인다. 길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곳곳에 띠지가 안내한다. 옥녀봉이 손에 잡힐 듯 하다. 겨울산은 모든 걸 다 보여준다. 자기의 속내를 다 드러냄과 동시에 모든이를 다 안아준다. 그래서 겨울은 또다른 정취가 있다. 잠시가니 곰티고개. 장유 모산동과 옛날 지사리를 이어주는 고개마루다. 아스란히 사람의 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