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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양자강 물가에 뗏목지기 있었네 물 속에 노니는 고기처럼 한가하게 산맥을 빠져나온 구름처럼 유유하게 장기도 두고 낚시질도 하고 혁명의 세월에 한가하게 사는 꼴이 청년들 눈에 차암, 안돼 보였네 홍군에 참가하여 전장터에 한 목숨 내맡기고 싶었던 젊은 뗏목지기 견디기 힘들었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5년, 6년, 7년이 지나도 아무런 전투에도 불려가지 않았네 머리에 하나 둘 흰머리가 나도록 무기력과 낮잠과 권태와 싸웠네 이마에 깊은 주름살이 서도록 초조감과 조급성과 세월과 싸웠네 아무도 그 뜻을 헤아리지 못했네 그를 배치한 조직을 빼놓고는 백군에게 쫓겨 파국을 앞두게 된 홍군이 어느날 그곳을 지났네 뗏목지기 나서 뗏목을 준비했네 5년이 넘게 10년이 넘게 흰머리가 나도록 준비한 뗏목지기 뗏목 풀어 한꺼번..
처음에 그들은 공산주의자들을 잡으러 왔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으므로 그들은 유대인을 잡으러 왔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그들은 노동조합원을 잡으러 왔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므로 그들은 천주교도를 잡으러 왔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개신교도였으므로 그들은 나를 잡으러 왔다 그런데 이제 말해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마르틴 니묄러(1892-1984, 〈그들이 처음 왔을 때〉)
진도 좀 나가자^^ 책이 안 읽힌다. 책 보다 폰에 더 시간이 많이 간다. 아마도 습관이 그렇게 붙은 것 같다. 긴 것은 재미도 없고 긴 글이나 문장도 지겹다. 이해력도 딸리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간단간단하지 않으면 싫다. 길게 설명하면 이거 뭐지 하고 덮고 싶다. 시간이 날때 책 한 두 페이지 읽고자해도 너무 어렵다. 나이가 들수록 책은 멀어지나? 사 두고 안 읽은 책이 제법 된다. 어쩌나 싶다. 가끔 새 책은 그만사고 묵혀든 책을 읽을까 싶다. 이상문학상도 간만에 구입했다. 읽어볼까 펼치자마자 아, 못 읽겠다. 문장 자체가 눈에 안 들어온다. 책이 두렵다. 책은 멀어지고 폰은 가깝다. 책을 보다가도 덮고 폰으로 손이 간다. 폰이 없으면 생활이, 정서가 불안해진다. 폰이 원인이다. 책의 적은 폰이다. ..
우리에게 금기어나 다름없는 빨치산. 해방 전후 혁명의 길로 나선 사람들. 좌절된 혁명과 고난의 삶을 자본주의에 온전히 맡긴 채 살아온 인생! 유쾌하다. 진부하지 않고 지루하지 않고 산뜻하다. 꼭 “남쪽으로 튀어” 같은 소설을 읽는 것 같다. 이데올로기. 빨치산. 현실. 구례. 죽음. 민중. 가족. 복잡한 것 같아도 그렇지 않다. 재미나다. 현실주의자, 사회주의자, 빨치산 출신의 아버지 장례(죽음), 이에 얽힌 여러 가족, 동지, 구례사람들 이야기다. 실패한 혁명에 대해 구차하게 변명하기 보다는 자본주의 현실에서 버티며 사는 삶. 어찌되었던 민중과 더불어 함께든 아니든 살아야 하니까. 빨치산 아버지, 빨치산 엄마, 빨치산 딸! 사상과 신념을 버리지 않고 가슴속 깊숙히 간직한 채 살아야만 하는 삶. 1950..